박동우(2009-10-02 09:29:05, Hit : 3912, Vote : 0
 병실일기(1)

“우리 병원에서 최고로 전망 좋은 자리랍니다.” 간호사가 6인 병실로 안내하면서 얘기
해준다.  과연 툭 터진 시야에 푸르른 한강이 길게 여의도 방면으로뻗어 흐르는게 그야말로 명당이다.

창너머  봄바람이 아직 매운지 강물 위에는 잔물결이 꼬리를 물며 일고 있다. 아침 햇살이
물결에 반사되어 눈 부시게 찰랑거린다 강변에는 한가한 듯 달리는 자전거 몇 대,
아직도 겨울색인 잔디밭에도 마치 보리가 싹을 틔운 듯 포롯포롯 봄 기운이 피워 오른다.   그저 좋기 만 하구나 .마음이 가라앉는다.
이런 명당 자리가 내차지가 된 것이 무안 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언가 좋은일이 있을 것만 같은 희망의 전조처럼 느껴진다.
 
지난 두 달간의 지루한 검사로 림프절에 전이 된 것이 확인이 되었고 이제 다시 여러 검사를 통해 수술 성공 가능여부를 판단해야만 한다.

전이된 종양은 대개 복강에 넓게 퍼져있는 경우가 많아 수술로도 제거 여부가 극히 불투명하고  또한 기전의 여러차례
복부 절개 수술로 인해 내부 장기들 간의 유착 가능성이 농후해 아주 위험한 수술이 될 수 있다며 의사 선생님이 선택을
물어 왔고 의사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하자 고민 끝에 수술로 결론을 내려 입원 결정을 내려 주셨다. 재발 진단이 오진이기를
혹시나 혹시나 하면서 매달렸던 나의 나약함 과 초조함이 재발 확진과 수술 결정에 오히려 평안함으로 다가온다.

이제 전망 좋은 병실을 배정 받는 뜻밖의 행운에, 수술도 반드시 성공 할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짐을 푸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이런게 샐리의 법칙일까?
 
내 앞 옆 침대에는 72세의 노인이 입원하고 계신데 병명이 나처럼 담도암이다.
멀리 남쪽 섬에서 농사를 짓던 분이신데  그곳 병원에서 황달 진단을 받고황달 제거차 배에 호스를 꽂고 한달, 차도가 없자
서울로 올라와 담도암 확진, 수술 대기중이나 황달이 가라앉아야 수술이 가능해 옆구리로 담즙 빼내면서 거의 두달째 입원 중 이시다.

알고 보니 담도가 갈라지는 부분까지 암이 침윤 되어 있어 수술 후라도 생명을 장담키 어려운 상태로 보인다.
훌쩍하신 체구에 얼굴이 조금 넓적하고 네모진 분으로 말이 거의 없으시고 할머니와 대화시는 우락우락 하시는
걸 보니 전형적인 한국 노인네이시다.

첫날 보니 눈까지 노랗게 보이는 중중 이더니 며칠사이  얼굴 색이 많이 좋아 지셨다.
수치가 10이상 이었는데 지금은 4.7이고 2까지 빠져야 수술이 가능 하단다. 그런데 이놈의 수치가 오르락
내리락 벌써 두달이 지났는데도 감감 하는가 보다.

운동 좀 하시라고 권해도 마이동풍 하루 종일 말 없이 누워만 계신다. 아침에 황달 수치가 5.2로 다시 솟자 화를 벌컥 내시면서
퇴원 수속을 밟으라고 호통을 치신다. 할머니의 순박하신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지방병원에서 꽂았던 관에
이상이 생겨 담도에 염증이 생겨 수치가 올라갔다고 며칠 두고 본후 다시 관 교체 시술과 염증 치료를 한단다.
옆에서 지켜 보기도 민망하다. 과연 수술을 받아 볼 수는  있을까?

할머니 안계실제 옆 침대 분들이 위로를 해드리자 이리 말씀 하신다.

이제 내가 살면 얼마나 살까 !몇 달이 되어도 황달도 빠지지도 않는데 이리 힘든 병실
생활을 할 필요가 있을까?  옆에서 고생하는 할머니 보는 것 도 너무 힘들다.

차라리 고향에 가서 편한 마음으로 지내면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황달이  좋아지면 다행이고
또 낫지 않으면 어떠하리 그저 순리 대로 살다 조용히가면  되는 것 아니겟는가!
 
이분 말씀을 듣다보니 첫 수술 입원 시 2인병실에서 만난 분이 떠오른다. 그분은 65세 건장해 보이시는 분으로 저 남태평양 섬에서
스킨스쿠버 관광업을 하시는 분으로 그 섬에서 대장암 말기에 수술 불가 판정을 받으시고 급히 이 병원으로와 수술 가 판정을
받으신 분인데 무척 쾌활하시고 재미있는 말씀도 많이 하시는 분이셨다. 자제분들도 모두 같이 날아와   밤새 옆을 지키고 있다.

어느 날 모두 자리를 비운 사이‘  당시, 거의 사망 선고를 받고 절망 속에 있던 나를 위로 하면서 말씀 하시기를.당신은 큰 걱정이 없으시단다.

수술 성공 여부를 떠나  이제부터는 주변의 짐으로 만 살아가야 하는데 이는 결코 바라는 바가 아니므로
언제든지 삶을 정리 할 준비를 해 놔야만 한다. 다행히 아주 최상의 방법을 알고 있다. 잠수복을 입고 깊은
바다 속에 들어가 질소를 살짝 틀어 놓으면 마약에 취한 듯 황홀한 기분으로 아무도 모르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면서  나에게 같이 동무 삼아 가자면서 동반 자살을 권 하셨다.

편히 죽을 방법이 있다는 것이 그 당시에는 그리도 큰 위안 이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 하다.

이렇게 나이들어 암에 걸린 분들은 대부분 삶의 정리를 먼저 생각 한다. 주변의 모든 분들이 어떻하든 살려 보겠다고
이리저리 뛰어 다닐때  막상 당사자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예쁘게 죽을 방도를 찾고 있다
병원에 있는 동안 이런 분 들을 생각 외로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내가 그러했다. 미련 없이 세상을 하직 하는 것을 먼저 생각 했다. 소매를 훝뿌리며, 가는
길 만을 먼저 고집 했다. 그래서 암에게 질 수밖에 없었다. 내 명 줄은 내가 지켜야 만
하는 것  나 만이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당시는 조금도 눈치 채지 못 했었다.

누구든지 암에 걸렸다면 제일 먼저 이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절망에 빠져서도
자기연민에 젖어서도 아니된다  오직 살아야 한다는 의지 만을 명줄로 잡고 있어야 한다.

암과 싸워 이긴 사람들은 이 굳은 의지로 살려고 노력한 이들 뿐이다. 회의 하고 분노하고
절망하고 포기한 사람 치고 아직 살아 숨쉬는 이는 없다.

설상 내일 생을 마감 하더라도 웃으면서 기쁜 마음으로 이를 받아드릴 수가 있어야 한다. 성질내며 가는 것 보다
웃으며 가는 것이 더 이뻐 보이지 않겠는가.

이 것이 내가 병들어  배운 최초의 교훈이다.



올 1월 초에 복강  림프절에 전이 된 것을 알게 되어(첫번 수술 후  2년 반 )  3월에 재 수술 4,5월에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고 현재는 집에서 요양 중 입니다. 병원에서 격었던 일 들이 주변에
도움이 될까 싶어 병실 일기를 써 보았읍니다.  첨가 또는 정정 할 일 있으면 댓글 올려 주시길.



김건정 (2009-10-03 10:44:05)  
동우야,
언제나 진솔하고 남을 배려하는 성품.
게다가 낙천적인 너는 이 상황을 극복할 것으로 믿는다.

확신과 굳은 신념으로 싸워 이겨 곧 건강한 모습의 너를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뒤에서 응원하는 가족, 친지 등을
잊지말기를 바란다.

우리 같이 힘내자.
화이팅!!!
이원건 (2009-10-05 10:08:54)  
연락이 없어 궁금했는데
병마와 싸우는 너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1년동안 허리디스크 치료를 받고있는 나는 그나마 낫구나
친구야
수술이 잘될것으로 나는 확신한다
힘을내자
내일을 위해..
황규동 (2009-10-05 19:30:33)  
동우야
내 친구 동우야
힘내거래이....
나두 병마와 싸워 본 경험이 몇번 있었기에
친구의 글을 보며..마음이 더욱 아려오네그려
그래두 우리 동우는 조기에 완벽한 건강으로 돌아올 수 잇으리란 확신이 선단다
글구 이를 위해 기도하마..힘내자


461   감사 인사 말씀 드립니다 [2]  김건정 2009-11-05 3990 0
460   감사 인사올립니다!  김진성 2009-11-02 3748 0
459   병실일기(5)  박동우 2009-10-30 3779 0
458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2]  성기철 2009-10-20 3796 0
457   병실일기(4) [2]  박동우 2009-10-18 4005 0
456   홍성표(3반), 한경에세이(2) [1]  사이버총무 2009-10-16 3786 0
455   홍성표(3반), 한경에세이(1)  사이버총무 2009-10-16 3815 0
454   홍성표(3반) 동문, 조선/경향 기고 글  사이버총무 2009-10-16 3877 0
453   병실일기(3) [2]  박동우 2009-10-10 4088 0
452   병실일기(2) [3]  박동우 2009-10-03 3932 0
  병실일기(1) [3]  박동우 2009-10-02 3912 0
450   2박3일-가운뎃 밤(나머지) [2]  김 훈 2009-09-30 4201 0
449   율비어천가(栗飛於天歌) [1]  김건정 2009-09-23 4058 0
448   쌀 주문 받습니다.  류기호 2008-10-20 3730 0
447   만원의 행복과 산사춘 [1]  오광세 2009-09-17 3986 0
446   2박3일-가운뎃 밤(그 절반만) [2]  김 훈 2009-09-14 4278 0
445    성기철댁 경사 [1]  김 훈 2009-09-14 4191 0
444   사랑방 옥상에서 한 판 붙었다 [1]  김 훈 2009-09-13 4058 0
443   광세하고 김사범하고 한 판 현댜 [1]  김 훈 2009-09-10 4260 0
442   천일염 특판세일  류기호 2009-09-09 3866 0

[1][2][3][4][5][6][7][8][9] 10 ..[33] [다음 10개]
 

Copyright 1999-2021 Zeroboard / skin by zero

이전게시판 (2000.4~2004.1) 보기

이전 게시판(1999.11~2000.3)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