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거든 인사나 하고 떠나지!
뿌연 하늘이 숨을 턱턱 끊어 버리듯 괴롭다. 예전에는 황사라고 괴롭혔고 최근에는 중금속 미세먼지가 우리의 숨통을 짖누르며 막아버려 노약자뿐만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 조차도 견디기 어려운 심각한 생명의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이럴 즈음에 을씨년스럽게도 죽음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고 우리 곁에 찾아와 나의 가족을 소리 없이 거두어 가버린다.
엄동설한이 지나고 새봄이 찾아오면서 회갑에 들어선 우리들은 대체로 건강에 신경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만이 친구의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소식에 우리는 멘붕이 되고 말았다. 평소에 술도 거의 하지 않고 건강관리를 잘 하던 친구라고 대부분 그렇게 여기고 있던 터라, 가까운 친구들은 더욱 더 놀랍고 안타까웠던 사망소식을 쉽게 믿지 않았다. 사망 세 시간 전에도 그의 대학원 교수를 문상하러 장례식장에 다녀오고, 다른 친구에게 문자로 연락도 해주었다는데……. 이렇게 당황스러울 수가 있을까?
요즘 무척 힘들었던 모양이다. 당뇨수치는 너무 높아지고 체력은 고갈된 상태에서 스트레스가 그를 쥐어짜고 있어 아마도 다른 병을 만들어내고 있는 줄도 몰랐던 모양이다. 우리들의 주특기인 ‘참다보면 해결되겠지’라는 생각에 버티기만 하였나보다. 강철도 20년 쓰면 닳거나 녹슬어 못쓰는 것을, 가냘픈 우리 몸 60년 버틴 것도 얼마나 용한 것인데 참기는 왜 참어!
우리는 우리 자신을 너무도 몰랐다. 아직도 청춘인 줄 알아.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각종 매스콤에서 약장사 하듯이 너무 떠들어 대니까 진짜사나이로 착각하는 모양이야. 마음이 아프면 몸도 따라 아프고 몸이 괴로우면 마음에 병이 생기는 허접할 신세라고. 그동안 일 죽도록 열심히 했잖아. 그러니 아플 때 미리 병원 가자구! 우리 친구들 의사 많잖아! 그리고 조금 몸과 마음이 괴롭다 싶으면 쉬거나 병원에 입원도 하고, 친구들 부르고 얼굴도 보고 하소연도 하고 한담도 하고 그러자구.
아! 나와는 50년 지기 친구가 먼저 사랑하는 부모님 품으로 가버렸네.
편히 쉬게나.
2014. 3. 5.
오랜 친구 송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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