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그러니까 2012년 5월 어버이날 즈음.
우리도 이미 어버이가 되었지만 자식들한테 카네이션 꽃 받아 본 기억이 까마득하고
더우기 우리들 대부분이 자그마한 선물이라도 전해 드릴 어버이가 없는 즈음에....
친구들과 전혀 낯설지 않고 익숙하게 늘 그래왔듯이 주거니 받거니 술자리를 즐기다가
갑자기 엄마,아버지가 보고 싶어졌다.
어버이의 씨를 뿌려 우리를 낳아주시고 어버이 스스로 희생과 사랑으로 썩어 토양분이 되어 우리 싹을 틔우고
그리고 이렇게 열매 맺고 뿌리 내리게 우리가 살아 온 것이다.
이렇게 ,엄마,아버지가 더욱 보고싶어질 때, 갑자기 우리들 모습이 새삼스레 낯설게 다가왔다.
그래, 우리도 내후년이면 인생 예순살,육십세이구나.환갑이구나.
잘 살아왔든, 후회스러운 잘못이 남아있든,모자라든,넘치든,,,,우리는 육십세가 될 것이다.
우등상장은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 60년 개근상은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이다.
내가 나에게,네가 너에게,우리가,우리에게 개근상을 수여하자.
잔치를 벌려 잔치 국수라도 말아먹자.
물론 가운데에는 우리들 친구들이 있는 것이리라.
그래서 2년 동안 준비하기로 했다.느리게 느리게,서두르지말고,하루 하루 쌓아서 60년 살아왔듯이.
돈은 매월 일만원씩 적립하자.2년후에는 25만원이 쌓일 것이다.
모은 돈만 소박하게 쓰자
인생살이를 인생길이라 하듯이 걸어보자. 높은 곳을 향하지도 말고 낮은 데로 내려가지도 말고 언저리 둘레길로 육십리길 걸어보자.
그래서,잔치 이름이
"人生길 六十里길"
2박3일 걷기로 했다.60리길을.마치 우리가 유년기,청년기,중년기를 거쳐왔듯이
살아온 길을 되돌아 보며 첫날도 걷고,둘째날도 걷고,셋째날도 걷고.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
잔칫날은 2014년 6월 6일부터 6월8일까지,2박3일.
떠나기 전에 우리들의 잔치의 뜻을 새기고 걸어야 할 잔치 길을 정하여 아래와 같은 草案을 준비하고 前夜祭를 벌였다.
이 날이 젤 흥분되었다.거의 쌀뻔했다.얼마나 흥분되고 짜릿짜릿하던지....
우리가 남이가.
짧게는 44년,길면 55년.이제 겨우 우리 육십인데...
마이 길다,아이가?
그렇다.
나는 엄마와 45년을,아버지와 50년을 함께 살았다.
하지만 우리 친구들은 고딩때 만났으면 44년을,초딩때 만났으면 55년을 함께 살아왔다.
우리 인생에 가장 소중한 인연인 부모,자식외에 친구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덧붙여야 할 것이다.
義理,으리으리한 잔치해유...
2년하고도 한 달 더..꼬박꼬박 만원씩 모았슈..
매일 매일 손꼽아 기다렸쥬.
그랬었다.
느리게,느리게,서두르지 말고 준비하자고 하였지만..
60년을 2년에 준비하자니 기다리는 마음은 一刻如三秋가 아니라 一日如一月이지요.
기다리는 마음으로만 봐도 당연히 잔치는 으리으리해야하지요.
잘난 재주 나눠서 힘써봐유...
運짱:(正)斗 (副)奇
찍寫:薰
嚮導:(正)光 (副)奇
無才上八字:(正)建 (副)德 (次副)乙 (次次副)薰
맞지,맞어.당근이지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과 살아오면서 갈고 닦은 재주가 있다면 이번 잔치에 당연히 맡은 바 소임을 다 해야지.
벼락같은 목소리와 몸으로 때우는 것을 잘 익힌 두영이는 핸들을 잡고,긴 여정이기에 가끔은 희서가 대리 운전을 하고,
풍경이든 인물이든 피사체에 따스한 눈길을 주는 동훈이는 당연 인증샷을 맡아주고,
인간 네비게이션,국립 국토지리원 전문위원인 광세와 희서는 육십리길을 안내할 향도 역할을 잘 할 것이지만,
먹고,마시고,자고,싸는 재주밖에 없는 건정,덕록,을석 그리고 나는 팔자 좋게 뚜렷하게 맡은 바 소임없이
그냥 잘 먹고,잘 마시고,잘 자고,잘 싸라는 특명을 받았다.
規律...
遲刻 罰金, 車內 禁煙 禁酒
지킬 것은 지키자,우리 모두 그렇게 살아왔 듯이.
늦으면 기다리는 친구들한테 미안하니 그 마음을 벌금으로 때우고,
어차피 가다 가다 경치 좋은 곳에서 술 한잔씩 할 것이나 차에서는 마실 이유가 없고
담배는 나만 안피우면 돼!
첫날...맑고 시원했던 우리들의 幼年,그때가 인생의 安養이었어라
봉화 청량사,영주 부석사 안양루,협곡 열차 간이역
짚불구이,청국장찌개,,,,,,낙동강변 풍치 안주 삼아 막걸리
초등학교 교장선생님 방에서 1泊
돌이켜보면 청량했던 우리들의 유년 시절이 인생의 천국이었으리라.
安養이란 뜻이 불교에서는 열반,즉 니르바나라는 의미라한다.
그리고 숙소는 시골 폐교를 리모델링하여 숙박을 제공하는 곳에서 초딩 시절로 돌아가
교실에서 요 깔고 이불 덮고 잘 것이다.
1학년1반 교실에서 자야하나,6학년1반 교실에서 자야하나....
가운뎃날,,,, 공부,꿈,술,사랑,군대,취업,,,,우리들의 靑年.고통도 즐거웠다
봉화 언저리,안동 병산 서원,회룡포,삼강 주막
남강 펜션 1泊
힘은 넘쳤다.하지만 힘이 들었다.그래도 결론은 즐거웠다.
대입 공부와 피할 수만 있으면 피하고 싶었던 병역 의무.(방위도 힘들었다!!!!)
낭만이 인생의 목적이냥 술 마시고,노래하고,춤 추고,사랑하고.
그나마 우리때는 취업은 쉬웠던 것 같다.불쌍한 우리 자식들.
마지막 날....앞,뒤 무거운 배낭들.우리들의 中年,힘들었다
내려가는 문경 새재. 나,다시 돌아갈래...집으로
걸으며 먹는 김밥,목멜라,추억의 칠성 사이다,쭈욱
뒤풀이와 그래도 집이 존겨....
먹고 사는게 젤 힘든 일이라는 것을 뼈져리게 체험하였다.
손에 쥐기 힘들게 왔다 갔다 돌기만 하는 돈 때문에 돌아버렸고,
놓아 버리면 될 것 ,놓지 못하고 애만 끓이던 일들.
나오고,빠져버리고,색깔 변하고,힘 안들어가기 시작하는 우리 몸들.
반 걸음 물러나서 다시 천천히,느리게,느리게 걸어보자.
물러선 반 걸음 사이에는 친구들이 빈 데를 채워주는구나.
준비끝.
가기만 하면 된다.
즐거울 것이다.아니다.안 즐거워도 된다.
육십이면 안 즐거워도 즐거움을 찾아낼 수 있는 지혜쯤은 가질 나이가 아니련가....
이렇게 준비하고 채비차려 떠납니다.
첫날,둘째날,셋째날 이야기는 흥분되고 꼴리는 날에 3회에 걸쳐 올리겠습니다.
(안 꼴리면 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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